담백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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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2022.07.29 ☀ 화재경보 너무 놀랐쟈냐

스타나 2022. 7. 30. 01:37

 

너무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 일기 쓸거리가 없었는데 최근에 큰 이슈가 생겨 끄적여본다. 오늘이 7월 30일이니까 어제 있었던 일이다. 새들도 명석이도 잠든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일을 한 탓에 나는 봉봉이 아침 사료 챙기고, 남편 출근시킨 후 오전 11시까지 기절했다. 12시쯤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쯤 갑자기 아파트 싸이렌이 울렸다. 가끔씩 오작동 하는 경우가 있어 '금방 꺼지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계속해서 대피하라는 알람이 울렸다.

 

베란다 밖을 보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브라도 하지 않고, 옆이 찢긴 (집에서만 입으려고 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기에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갑자기 드는 두려움에 담요로 가리기로 하고 얼른 봉봉이를 안고 계단을 통해 대피했다. 2층에 경비아저씨와 기술 담당을 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2층의 한 집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내 꼴이 너무 사나워 차마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아저씨들이 있는 2층 계단에서 대피할 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의 집주인은 싸이렌이 울리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대피했는지 밖에 있었는데 아저씨들이 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해 다시 돌아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유치원생 자녀들은 울면서 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엄마가 걱정됐을까 싶다. 

 

상황을 보니 심각하지는 않은 듯하여 속옷을 입고 옷을 갈아입으려 후딱 다시 계단을 통해 집으로 올라갔다. 밖에 나가야 한다면 오래 있어야 할 수도 있기에.. 사실 진짜 바보 같은 짓을 한 셈이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니.. 얼른 나갈 생각으로 현관문을 살짝 열어놓고 집으로 들어와 봉봉이를 내려놓고 정신없이 속옷을 입고 옷을 갈아입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브라 후크를 잠가야 하는데 손이 떨려 잠그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단 하나만 채우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봉봉이를 들어 올려 밖으로 향했다.

 

계단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잠시 기다렸는데 조금 전 밖으로 나갔던 주민 중 한 명이었다. 상황에 대해 물으니 오작동이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제야 내가 땀범벅이 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2층에서 8층까지 평소같으면 천천히 걸어 올라오면서도 힘들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까는 봉봉이까지 안고 뛰어올라왔다는 것에 놀랐다. 안심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쉬이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고, 손이 계속 떨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 상황에 대해 모두 말해주니 많이 놀랬겠다며 나를 달래주었다. 바쁠 텐데 내가 안정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상기된 목소리는 조금 안정을 되찾았고, 손도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봉봉이도 보호자인 내가 처음으로 놀라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던 탓에 무서웠는지 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안고 뛰어 내려갔을 때는 덜덜 떨기까지 했다. 지도 얼마나 놀랬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