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일상
강원도 고성 이색 여행지, 김일성과 이승만 별장에 다녀오다 본문
우리 부부는 역사 유적지나 박물관 같은 곳을 좋아한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곳에서 과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경험하는 것에 꽤나 재미를 느낀다. 사실 강원도 정말 여러 번 방문했는데 항상 가던 곳만 가 이번에는 새로운 곳에 방문하고자 정말 많이 검색했다. 그리고 그동안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김일성 별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김일성 별장 주차장 입구에서 표를 구매하고 들어가면 된다. 한 번 구매한 표로 세 장소 모두 입장 가능하다. 김일성과 이기붕, 이승만 별장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방문했을 때 동시에 둘러볼 수 있으니 꼭 다 돌아보시길! 다만 이승만 별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차량을 이용해 약 1~2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주차 후 김일성 별장으로 걸어 이동하는데 와 풍광이 너무 멋있더라. 앞에는 색도 정말 푸른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소나무가 엄청 멋스럽게 우거져있는 것이 진짜 너무 좋았다. 김일성 별장은 바다를 바라보는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요🙄 꽤나 가팔라 처음에 좀 놀랐다. 그래도 계단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금방 올라가더라.
김일성 별장은 원래 일제강점기 시절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가 독일의 건축가에게 의뢰해 건립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1938년에 지어졌는데 그들이 떠난 후 1948년부터 1950년까지 김일성 일가가 이곳을 휴양지로 이용했다고😮 이후 6.25 전쟁 중 건물이 훼손되었는데 2005년 3월에 복원해 현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김정일도 어린 시절 잠깐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별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소련군 제25군 정치사령관 리베데 소장 아들과 김경희 등이 앉아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사실 별장을 둘러본 뒤 좀 실망스러웠다. 꼭 이렇게 만들어 관리를 해왔어야만 했나 싶었다. 사실 김일성 별장이라고 해서 이전에 어떻게 꾸며져 있었는지 그 모습이 재현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저 너무 많은 글들만 전시된 지루한 박물관의 모습이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는데 전체 층이 다 그런 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는지 '겨우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냐'면서 다들 실망한 눈치더라.
김일성이 이곳을 왜 좋아했는지, 왜 별장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진짜 멋있었다. 파노라마 액자처럼 그림 같았다. 바다가 보이는 창은 그것대로, 언덕 위 소나무가 보이는 창은 또 그것대로 정말 최고였다.
김일성 별장을 모두 둘러본 뒤 내려오는데 그 길도 정말 너무 좋았다. 올라올 때에는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왔지만 내려갈 때는 그나마 완만하게 만들어 놓은 길로😀 휠체어 타신 분도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러 올라오셨는데 건물 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어떻게 관람하셨을지...
다음은 이기붕 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김일성 별장에서 걸어서 약 5분 정도만 가면 되기 때문에 따로 차량 이동이 필요 없다. 원래 1920년 대 외국인 선교사들이 집을 지어 사용했는데 해방 이후 북한 공산당의 간부 휴양소로 사용되었고, 6.25 전쟁이 휴전된 후 당시 부통령이었던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가 개인 별장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 분이 바로 박마리아! 사실 별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정말 작았다. 그래서 '이게 별장이야? 창고 같아'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 뒤에 들어오신 분들도 나와 같은 말을 하더라🙄
이기붕 별장은 일자로 된 건물이었는데 굉장히 작았지만 거실과 방, 집무실 등 있을 것은 다 있었다. 훔, 3~5분 내로 둘러볼 수 있었던 공간ㅋㅋㅋ
다음으로 이승만 별장을 둘러봤다. 김일성과 이기붕 별장을 둘러본 뒤 '이승만 별장도 걸어갈 수 있는 건가? 어떻게 가야 하지?' 하고 궁금해하고 있는데 앞서 가시던 분들이 옆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을 보고 가만히 듣다가 차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ㅋㅋㅋ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답을 얻었어😎
김일성 별장 주차장에서 약 1~2분 정도만 차로 이동하면 바로 이승만 별장에 도착한다. 이곳 또한 꽤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
건물을 보고 여기야 말로 가장 별장 같더라. 이런 게 별장이지! 주변이 조용하고 공간이 넓고 호수를 끼고 있어서 멍 때리기도 좋은 장소 같았다. 별장마다 장소와 인물에 대한 역사 설명이 잘 되어 있었는데 이승만은 그야말로 엘리트였다고 할 수 있겠더라.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딴 뒤 하버드에서 석사,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딴 머리 좋은 人이었기에.. 그 옛날에, 지금도 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삶이었던 것!
이곳은 6.25 휴전 이후 이승만이 이 별장을 찾아 휴양지로 정했는데 낚시도 하고, 자연을 즐기면서 남북통일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챙겨주는 길냥이 같았다. 건물 주변에 밥 그릇이 있었다는! 사람들이 별장에 드나드는 와중에도 문 옆에서 빵 구우며 가만히 눈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우리가 나올 때쯤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하듯 우리 앞에 섰다. 이 아이를 따라 계단을 조금 더 오르니 다른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이 고양이 우리 부부가 새 건물까지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조용히 쭈그려 앉아 손만 살짝 내밀었는데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몸을 부비며 헤드번팅을 하더라. 너무 귀여워 살짝 만져줬는데 갑자기 배를 까는 것이 아닌가! 나한테 하악질하는 고양이는 있었어도 내 앞에서 배 까는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애교 많은 고양이 유튜브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데 아 너무 귀여웠다. 지나가던 아주머니들도 '어머, 쟤 좀 봐!'이러면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배 까는 고양이 없다면서 신기하다고 하셨다. 조금 더 만져준 뒤 인사하고 계단을 내려갔더니 야옹야옹거리면서 울더라. 더 만져주지 못해서 미아네😥
이 건물은 1954년 이승만이 새로 만들어 1960년까지 별장으로 사용했는데 이후 방치되어 철거되었다고 한다. 1997년 7월에 현재의 모습으로 건물을 복원해 지금까지 이승만 화진포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중이라고😀 기념관 안에는 여러 가지의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승만의 친필로 작성된 문서들도 볼 수 있었다.
위에 사진 중 '비상계엄령'과 관련된 문서의 제목을 '비상계엄령 실시에 대하야'라고 읽어야 하는데 '야'가 'ok'로 보여 그렇게 읽었더니 남편이 비웃었다🙄 췌! 아니 이승만 글씨체가 그렇게 보였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일성, 이기붕, 이승만 별장 총 3곳을 둘러보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한 번 정도 들러볼 만한 것 같다. 특히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은 그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듯!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줘도 좋을 듯하다. 우리 부부는 매번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 방문해 너무 즐거웠다. 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방문하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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