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일상
2014년 4월을 기억하고 있는 그 곳, 팽목항(진도항) 본문
송가인마을 안 '꽈배기어라'라는 카페를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는데 사장님께서 진도항을 다녀왔는지 물으셨다. 안 가봤다고 하니 팽목항이 진도항으로 이름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데 한 번 다녀오기를 권하셨다. 그곳에 갔다 오면 마음이 겸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사실 몰랐다. 팽목항 이름이 바뀐 것을..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웠다. 왜 진도까지 가면서 그곳을 가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진도 여행 2일 차, 아침부터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었다. 원래 우리는 송가인마을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었다. 카페 사장님 말씀을 듣고 잠시 진도항에 들렀다가 가기로 하고 차에서 내려 그곳을 잠시 걸었는데 거짓말 1도 없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더라. 바닷가라서 더 했던 것 같다. 날도 추워 아버님과 시동생은 더 이상 못 걷겠다며 차로 먼저 돌아갔고, 나는 온 김에 등대까지는 가보고 싶어 길 끝까지 다녀왔다. 남편도 같이🙂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날의 사고를 잊지 않기 위해 벽이 세워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벽이 세워졌다기보다 원래 있던 시멘트 벽을 꾸며 놓았다. 당시 왜 그러한 사고가 났는지 한글과 영어로 설명되어 있었고, 그 옆으로는 그림 그려진 타일이 수백 개, 수천 개가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나타낸 것인지 한글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바람도 정말 많이 불고 추워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한숨만 푹푹 쉬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랬나 보다.
당시 뉴스가 처음 나왔던 그 시각을 나는 기억한다. 평일 점심시간이 지난 후 업무에 복귀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당시 기사에는 '전원 생존'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똑똑히 기억한다.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다행이라고 서로서로 말하며 다시 일을 하는데 몇 시간이 지나 퇴근시간쯤 다시 기사를 확인하니 내용이 변경되어 있더라. 수많은 아이들이 못 나오고 있다고..
길 끝에는 등대가 있는데 커다란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하늘나라로 보내는 우체통이 세워져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 벤치가 있었다. 벤치는 결코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남편에게 절대 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니, 그도 동의하더라.
세월호 참사 위치는 팽목항(진도항)에서 보이지 않았다. 무인도 몇 개를 지나야 그 지점이 나오기 때문.. 이곳에서 유족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싶어서 마음이 시리더라.
사고가 난 지점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육안으로 절대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 팽목항(진도항)에서 울부짖고,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도움을 청하고 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더라. 아니,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책임지는 사람 없이 상황이 마무리된 것에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있는 듯하다. 등대까지 걷는 길 옆으로 많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것 또한 한숨만 나올 뿐이다.
'팽목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어 마음이 아프니 '진도항'으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아무래도 배를 타는 곳인 만큼 그 이름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기 꺼려할 수 있기에 이름을 바꾼 듯하다. 이해한다. 그러나 추모하는 공간만큼은 지금처럼 계속 남겨 두었으면 한다.
꼭 들를 필요는 없지만 진도 여행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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