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일상
2024.07.22 ⛅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 본문
봉봉이가 강아지별로 떠난 후 남편이 내 걱정이 많이 되는 듯 바다라도 잠시 보고 오자는 말을 했다. 남편 또한 허한 마음을 견디기 힘들었겠지.. 그렇게 우리는 2박 3일 그냥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강릉으로 떠났다.
항상 '애견동반'만 찾아 다녔고, 봉봉이를 어디에 맡기는 걱정 없이 갑자기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어색했다. 운전석 뒷좌석에는 항상 봉봉이 카시트가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 봉봉이가 엎드려 있거나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여행길에 나섰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강릉 중앙시장에 갔다. 어...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고,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냥 떠돌다가 복권방에 들르게 되었는데 그곳 사장님께 주변 맛집 추천을 받게 되었다. 남편과 나 둘 다 계획형 인간인 J라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놀러 온 것이 아닌 만큼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걱정하며 들어가게 된 식당, 현지인들이 가득해 빈 테이블이 겨우 하나 있었다. 닭갈비 집이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급히 예약한 호텔에서 오전 늦게까지 밍기적거리다가 점심 즈음에 나와 가자미회무침, 칼국수로 식사를 하고 연애 시절 들렀던 경포호수에 갔다. 화장실 간 남편을 기다리며 잠시 앉아 멍 때리는데 평화롭더라. 좀 걷고 싶어 호수 둘레길을 걸었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 힘들더라..ㅎㅎ 땀범벅이 된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갈까, 그냥 식당을 갈까 고민하다 호텔로 돌아가 씻기로 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일출도 보고, 바다도 보고, 호수도 걷고 쉬엄쉬엄 지내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사하기 전 봉봉이와 자주 가던 공원에 들렀다. 봉봉이는 사람이 많은 공원 안쪽보다 주차장에 작게 있는 길을 좋아해 그곳 풀밭에 들어가 배변하고 뒷발차기를 자주 했다. 유독 세잎클로버들이 많았는데 그게 좋은지 냄새도 엄청 맡고, 뜯어먹기도 했다😅 산책 후 항상 저 위치의 벤치에 앉아 간식도 먹고, 바람도 느끼고, 지나가는 전철 소리도 듣고 했는데..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도 하고, 근처 딱히 갈 일도 없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들를 생각이다. 이제 겨울에 눈 오면 한 번 가봐야지..
동네 맛있는 삼겹살집이 있다고 해서 외식을 했다. 진짜 오랜만에 솥뚜껑에 굽는 고기를 먹는데 역시 다르더라. 거기에 고사리와 꽈리고추, 콩나물, 김치를 함께 볶아 먹는데 맛있었다. 양이 생각보다 많아 좀 남기긴 했지만.. 우리는 그냥 동네라서 터덜터덜 걸어서 왔는데 인기있던 맛집이었는지 우리가 온 이후 웨이팅까지 생겼다. 다음에 또 가기로 했다.
맨날 뭐 시켜먹거나 집에서 먹더라도 대충 먹었는데 오랜만에 요리를 했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부추무침과 양배추전.. 양배추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양배추 채 썰어서 베이컨과 계란을 섞어 저렇게 전으로 만들어 먹으니 한국식 오코노미야키 같기도 해서 맛있더라. 간장을 옆에 두긴 하는데 그냥 먹어도 양배추 단맛과 베이컨의 짠맛이 어우러져서 담백하니 맛있다. 소화 잘 안 되는 분들 양배추 저렇게 해서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그냥 책상이 예뻐서.. 이번에 이사하면서 책상을 하얀 색으로 바꿨는데 예쁘네. 다시 블로그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아직은 뭘 올릴 것이 없지만 앞으로 올릴거리가 생기겠지. 그럼 오늘도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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